약수역 아키비스트는 오랜만에 약수에 있는 우리 집으로 갔다. ‘왜 왔냐고 거기서 평생 살라고’ 삐짐 단계 중 ‘왕삐짐’ 상태인 우리 엄마를 제쳐두고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우리 엄마는 단어 선택이 험한 편이다. ‘나’를 깎아내리는 말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엄마와 많이 다투곤 했다. 물론 부모 마음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다 진심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뒤부턴 그냥 무던하게 넘기려는 편이고, 그 날 역시 그러했다. 엄마에게 무대뽀로 애교 몇 번 부리고 밖으로 향했다. 내가 향한 곳은 약수 사거리이다.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일은 바로 사거리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이다. 약수역에 내려 바로 앞에 보이는 이 사거리를 찍는 일이 요즘 나의 취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