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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역사학개론

사회복지 정보 2019. 10. 15. 23:36


*[시작]
오늘은 신기하게도
나를 만난 사람들마다
나에게 있어 ‘행복’ 이 뭐냐고 물었다.

행복은 애초에 척도로 나타내기 힘든 추상적인 단어의 개념인데
두루뭉실한 사람에게 그런 두루뭉실한 것의 단계를 내어보라하니 참으로 쉽지 않던 것이었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 행복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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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나는 지금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정확한 어휘로 구체적인 표현을 하자면, 앞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내가 사고싶던 옷을 고민하지 않고 사고, 함께 밥을 먹을 때 할부로 돈을 긁을 지라도 거리낌 없이 밥을 산다던가, 글을 두드리는 것만으로 나에게 돈을 주면서 쏠쏠한 부업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알뜰하게 재테크를 하며 돈을 모아 내 집을 사는 것.
그런 것들을 앞으로 이루게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그 꿈을 꾸는 것 만으로도 나에겐 행복감이 밀려왔다.

장황하고 길게, 진취적이게 그 사람들과의 대화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그럼 지금 내가 직면한 상황 속에서의 행복은 무엇이지?
내 행복들이 정말로 정말로 행복이 맞았던 걸까?

나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던 박 막내씨의 고민처럼
나를 돌아보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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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걷다가 문득,
현재에 삶이 아닌 미래에만 치우친 나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내 하루, 일주일, 한 달의 일정을 꽉꽉 채우고 흔들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며 예민해지고 부담과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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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편의점에 들려서
너무도 뜬금없지만 맥주 한 캔을 샀다.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해보려고
그 한 캔을 따다가
꿀꺽꿀꺽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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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동안 올라오지 못한 옥상에 올라와서
나의 과거 시절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사실 최근에 정말 많이 생각하고 회상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옥상에서부터 나는 그 애와 참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숨긴 듯 숨기지 않았던 그 설렜던 순간들이 아직도 새록하다.
그래서 올라오지 못했던 옥상에 앉아
옥상이 서로에게 주었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주변 풍경을 바라본다.
참으로 고요해서 그리고 또 예뻐서
할 말 없이 고개만 계속 끄덕이게 된다.

내 시절의 전부였던
순수히 뛰던 마음에 항상 존재하던
강아지같이 방방 댕댕 거리던 모습들이
옥상의 옥상, 저기서 은근하게 비추는 달빛 속에 스며있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럽게 뛰쳐나온 류의 추억이었지만
다시 생각 해봤을 때, 너무 행복했다. 그 행복이 진정 행복이었다.
싸우기도 다치기도, 보고싶기도, 설레기도, 가슴 뛰기도 많이
세상많이 했던 그 기억이
정말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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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금의 행복이 적은 이유였다.
그때의 행복에 비하면
사실 현재와 앞으로의 행복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달빛 아래에서 함께 춤을 췄던
그것이 행복이 아니면
어떤 것도 행복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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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그래도 그런 것들로 힘을 얻고 사는 것 또한
좋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원동력 삼아서 머물러 있지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옥상 위에서 홀짝이는 지금에
아무도 위로해주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사람이 그래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신 사람들이 생각나서
또 그 말이 사실이어서
그래도 이렇게 어영부영 꽉 채운 나의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진짜 잠깐동안은 행복하기로 했다.
옥상은 매 순간이 행복이라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