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이전에 해야 하는 일 (에버노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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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기록’과 관련된 글이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글이든 글이 아니든 무언가를 끄적거리곤 했다. 물론 어떤 시절에는 좋지 못한 방법으로 기록을 하였고, 어떤 시절에는 굉장히 생산적인 방법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그것들에 관한 것이 오늘 다룰 내용이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아무 곳에서 끄적거리곤 하다가 2013년에 에버노트라는 메모툴을 알게 되었다. 에버노트는 핸드폰과 컴퓨터 동기화가 용이해 자료를 수집하고 빠르게 메모하기에 너무 간편했다. 신입생 때는 노트북이 없이 통학하던 나는 에버노트 덕분에 편리하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조금씩 과제를 끄적이다 집에 가서 마무리하는 식으로 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나는 그냥 닥치는대로 끄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짧게 지나가는 생각들이 있으면 줄곧 에버노트를 사용했다. 그렇게 8년을 지나 9년이 되는 2021년 나는 이곳에 2021개의 잡글들을 모아뒀다. 중간중간 아이디어 노트나 다이어리, SNS 등의 다른 곳에도 끄적거린 것들을 합치면 뭐 더 되겠지만 생각보다 학생 신분으로 많은 똥을 싸둔 것이다. 문제는 이 귀중한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내가 이런 글을 썼었다고?’와 같은 반응이 내 스스로도 대부분이었다. 글은 다시 중복되거나 기억도 못하는 저 편의 이야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채로 수년을 살다가 ‘다음엔 꼭 해야지, 꼭 해야지’가 오늘이 되었다. 정말 나란 사람을 반성하는 순간이다.
우선 에버노트 자료들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2021개의 글을 연도별로 태그를 붙여서 나눈다. 학생(미성년자), 입대전, 군대, 2019년, 2020년, 2021년 이런 식으로 대충 구분을 해두고 글과 잡다한 메모, 개인정보 등의 추가 태그를 추가하기로 했다. 글이 너무 많아 중간에 컴퓨터가 엄청 느려졌다. 50개씩 나눠가며 하루를 꼬박 넘어 겨우 연도별로 구분을 끝낼 수 있었다.
이틀에 걸쳐서 1차로 완성한.. 에버노트 분류
중간중간에 조금씩 쓸모없는 글들을 지우면서 했지만 13년에서 16년 12월까지 나는 479개의 글을 썼다. 성인이 되고 17년 7월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838개, 군대에서는 94개의 글을 썼다. 그러나 군대에선 내가 공책 노트에서 옮기지 않은 글들이 더 많이 존재한다. 제대를 하고 2019년에는 231개, 202년에는 125개의 글을 썼다. 뭐 디테일한 개수는 약간씩 상이할 것 같다. 2019년에는 중간에 워크플로위나 노션같은 메모 툴도 활용해보겠다고 한동안은 그곳에다 끄적이기도 했고, 작년 2020년 같은 경우에는 미친 과제량에 헤매어 완성한 한글 파일만 수십 개다.. 80페이지짜리 보고서도 쓰고, 걸핏하면 20페이지짜리 레포트를 냈다. 사실 작년은 메모의 양으로 따지면 가장 적어보이지만, 살면서 가장 많은 글을 썼던 것 같다.
이처럼 내가 그간 해왔던 ‘기록’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무지 특별했다. 나의 발자취를 다시 걸어보면서, 내가 그래도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내 그 기록의 흔적들을 복원하여 지금 내가 가진 자원들을 적극 활용해볼 때인 것 같다.
다음 편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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