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삶에 가치를 매겨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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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우리는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오랜만에 약수동의 공기를 마시게 되었다. 동탄에 그대로 머물지, 짐을 정리하고 약수 본가에 올라올지를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우연히 좋은 프로젝트에 하나 참여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은 약수동에서 살아온 형인 ‘약수동 사람’은 최근 영화 비평과 그에 관련된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프로젝트의 연장선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하는데, 때마침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내가 적절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형의 요청으로 나는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횡설수설했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형에게 사회복지학부생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전했다. 동시에 나는 디렉팅과 에디터를 동시에 맡으며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가고 있는 형의 모습을 보았다.
사실 나와 형은 큰 접점을 가지고 있지 않던 사이였다. 그러나 이렇게 형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한때 나도 꿈꾸었던 형태의 일을 이 유일한 형이 진척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존경으로 다가왔다.
형도 처음엔 이 일들이 막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하나씩 실천해 나가다 보니 점점 속도가 붙는다고 했다. 기획은 한 달이 걸렸고 제작도 2주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속도가 붙으니 1주만에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일 하나를 완성해서 이제 쉬어야지 하면 장애물들이 하나둘씩 계속 생겨난다고 했다. 그러나 형은 바쁘지만 바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때마다 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터뷰 이후 ‘오프 더 레코드’를 진행하면서 생각외로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사회로 나간 선배로서 형은 대단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는데,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을 만나니 나는 나를 반성했다. 나는 코로나라는 현실을 핑계 삼아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나 형은 코로나 시국에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을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더하여 형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들어보았다. 영화 비평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던 형은, 요즘은 영화를 본 평이나 나눔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왓챠나 넷플릭스,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에서 간단히 다뤄지는 평들이 그 모든 전부라고 했다.
사람들은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가 ‘무료’가 되면 이 서비스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정답이다. 격하게 공감되었다. 우리나라의 ‘어둠의 경로’, ‘불따 문화’ 등만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가. 과거의 이런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위 꽁짜에 이용료, 구독료를 매기게 된 순간 근절되어 가고 있다. 공유경제의 후속작 ‘구독경제’가 유행하게 된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이 서비스의 가치를 매겨 구독료를 받게 되면 사람들은 콘텐츠로서 ‘가치’를 느끼게 된다.
가치를 소비하는 사람들, 우리는 따라서 가치를 팔아야 한다. 나의 가치, 너의 가치, 우리의 가치. 그것이 우리가 언택트 시대,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트렌드이다.
나는 요즘 퍼스널 브랜딩에 다시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 가치를 높이는 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 그런 나에 대한 이해가, 필히 남을 향한 이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비 사회복지사로서 더욱 다양한 다각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가는 현재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 다음을 대비해야 할까? 오늘의 1일 1쓰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