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록해야 했던 것은 「장소」였고, 나는 ‘약수 사거리’라는 곳을 기록해 가기로 했었다. 약수 사거리를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기록법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를 위해 영화 스모크 (1995)를 관람하였다.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속 이야기처럼 같은 시간 같은 구도에서 약수 사거리를 찍어보기로 결정하였다. 한 가지 장애요소는 내가 약수에서 줄곧 살아왔지만, 학기가 시작함에 따라 잠시 약수를 떠나 동탄에 내려와 있던 사실이었다. 나는 같은 시간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을 마음은 충분했지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당장의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이 모두 끝나는 목요일이나 금요일날 서울을 올라가 도착하는 날과 주말까지 최선을 다해서 약수를 담고 (시간은 낮이든 밤이든 가능할 때 언제나) 주변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그들의 시선에서 약수 사거리를 담고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항상 그리워하고 그리워했다는 마음으로 기록하며 관찰했다. 최대한 멀리서 약수를 그리워해왔고, 마침내 그리워 하던 것 앞에 서있다,라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나의 기록은 약수 사거리를 밟기 전일 수도 있고, 약수 사거리를 떠나는 길에, 한참이나 떨어진 거리에서 약수를 생각하며 쓴 것일 수도, 약수라는 것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무렵이나 내가 더는 이 세상에 없을 때 기록된 것일 수도 있다.